어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바흐-천상의 선율"을 읽었습니다. 뭐 시공사가 전두환 아들내미가 하는 출판사라고는 하지만 디스커버리 총서 중엔 그런대로 읽을만한게 많아서 몇 권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바흐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전기라기 보다는 바흐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연대 순으로 짜집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보기에는 쉽습니다. 하지만 이 안에서 바흐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느낄 수는 없습니다. 글쓴이의 해석이 별로 들어가 있지 않은 책이라 그만큼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읽기에 싱겁다는게 단점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추측인지를 알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라면 바흐에 대한 책을 어떻게 쓸까?'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저는 그의 음악에 기초해서 그의 정신 세계를 재구성해볼 것입니다.
바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가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음악 속에서 같은 주제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락밴드 중에 너바나를 좋아하는 이유도 주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바흐는 바흐 인벤션 같은 아주 짧은 곡에서조차 주제를 능숙하게 반복하고 변주하고 겹칩니다.
바흐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바흐의 음악을 한 번 연주해보는 것입니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너무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흐는 제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쉬운 연습곡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바흐가 쓴 작품 중에 제일 쉬운 것은 바흐 인벤션 2성 C장조입니다. 이 곡은 피아노를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사람도 2달 정도 연습하면 칠 수 있는 정도의 곡입니다. 이것을 한 번 쳐보면 바흐의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바흐 인벤션 2성 C 장조는 두 개의 가락이 서로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2성이라고 합니다.) 왼손으로 한 가락을 연주하고 오른손으로 다른 가락을 연주합니다. 바흐의 음악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각각의 성부가 완벽하게 독립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경우 오른손 부분을 치지 않고 왼손 부분만 치면 대부분 단조롭고 싱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흐의 음악들은 모든 부분이 독립된 가락을 가지고 있어서 한 부분만 쳐봐도 그 부분 자체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작곡방법을 "대위법"이라고 합니다. 바흐가 대위법을 모두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대위법을 완성했다고들 합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글렌 굴드가 바흐의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왼손으로 연주하는 성부도 독립성을 가지고 분명하게 연주해야 하는 바흐의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바흐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때 느끼는 바흐는 디테일과 구조, 일관성에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중독이어야 했겠죠.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면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많이 보여서 계속 고쳐야 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바흐라면 형식적인 일관성과 음악적 아름다움이 충돌하는 경우, 미련없이 형식적 일관성 쪽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의 일관성에 대한 집착은 음악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발휘되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솔직했을 것이고, 자신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싸워야 했겠죠. (이 책 "바흐-천상의 선율"에서도 보면 바흐가 주변 사람과 충돌했다는 얘기가 몇 번나옵니다.)
제 느낌에는 바흐가 디테일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는 그에게 음악이 신을 경외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에게 바치는 것인데 어딘가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신성 모독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바흐는 틀림없이 꽤 철저하고 논리적이고 부지런하고 경건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글고 이 책에 보면 "돈은 바흐에게 아주 중요했다."라고 나오는데 저는 그건 그가 경건한 사람이었던 것만큼 틀림없는 일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흐가 믿었던 루터교는 개인이 성경책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장려했는데, 사실 구약에 보면 물질적 축복은 신의 축복이라고 나오거든요. 바흐는 돈을 더 많이 주는 자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그가 세속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쫒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신앙에 비춰 물질적 풍요를 쫒는 것이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ㅡㅡ;; 쩝. 뭐 그랬을거라눈.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바흐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전기라기 보다는 바흐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연대 순으로 짜집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보기에는 쉽습니다. 하지만 이 안에서 바흐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느낄 수는 없습니다. 글쓴이의 해석이 별로 들어가 있지 않은 책이라 그만큼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읽기에 싱겁다는게 단점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추측인지를 알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라면 바흐에 대한 책을 어떻게 쓸까?'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저는 그의 음악에 기초해서 그의 정신 세계를 재구성해볼 것입니다.
바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가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음악 속에서 같은 주제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락밴드 중에 너바나를 좋아하는 이유도 주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바흐는 바흐 인벤션 같은 아주 짧은 곡에서조차 주제를 능숙하게 반복하고 변주하고 겹칩니다.
바흐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바흐의 음악을 한 번 연주해보는 것입니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너무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흐는 제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쉬운 연습곡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바흐가 쓴 작품 중에 제일 쉬운 것은 바흐 인벤션 2성 C장조입니다. 이 곡은 피아노를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사람도 2달 정도 연습하면 칠 수 있는 정도의 곡입니다. 이것을 한 번 쳐보면 바흐의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바흐 인벤션 2성 C 장조는 두 개의 가락이 서로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2성이라고 합니다.) 왼손으로 한 가락을 연주하고 오른손으로 다른 가락을 연주합니다. 바흐의 음악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각각의 성부가 완벽하게 독립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경우 오른손 부분을 치지 않고 왼손 부분만 치면 대부분 단조롭고 싱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흐의 음악들은 모든 부분이 독립된 가락을 가지고 있어서 한 부분만 쳐봐도 그 부분 자체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작곡방법을 "대위법"이라고 합니다. 바흐가 대위법을 모두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대위법을 완성했다고들 합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글렌 굴드가 바흐의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왼손으로 연주하는 성부도 독립성을 가지고 분명하게 연주해야 하는 바흐의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바흐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때 느끼는 바흐는 디테일과 구조, 일관성에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중독이어야 했겠죠.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면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많이 보여서 계속 고쳐야 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바흐라면 형식적인 일관성과 음악적 아름다움이 충돌하는 경우, 미련없이 형식적 일관성 쪽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의 일관성에 대한 집착은 음악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발휘되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솔직했을 것이고, 자신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싸워야 했겠죠. (이 책 "바흐-천상의 선율"에서도 보면 바흐가 주변 사람과 충돌했다는 얘기가 몇 번나옵니다.)
제 느낌에는 바흐가 디테일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는 그에게 음악이 신을 경외하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에게 바치는 것인데 어딘가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신성 모독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바흐는 틀림없이 꽤 철저하고 논리적이고 부지런하고 경건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글고 이 책에 보면 "돈은 바흐에게 아주 중요했다."라고 나오는데 저는 그건 그가 경건한 사람이었던 것만큼 틀림없는 일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흐가 믿었던 루터교는 개인이 성경책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장려했는데, 사실 구약에 보면 물질적 축복은 신의 축복이라고 나오거든요. 바흐는 돈을 더 많이 주는 자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그가 세속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쫒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신앙에 비춰 물질적 풍요를 쫒는 것이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ㅡㅡ;; 쩝. 뭐 그랬을거라눈.
at 2007/09/09 11:44


덧글
꼬날 2007/09/10 15:53 # 삭제 답글
저는 바흐 인벤션을 초딩 1학년(저희 때 용어로 국민학교 1학년때) 쳤었는데, 아마도 고율마마가 말씀하신 그 곡을 제일 처음 배웠던 것 같습니다. 바흐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좋은 연습곡이라고 배웠고, 저는 꽤 어렵게 바흐를 배워 갔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커서 바흐곡의 묘미를 더 잘 느낀 후에는 좀 더 재미있게 쳤던 듯 ..암튼 고율마마의 바흐 해석이 매우 재미있네요.
고율 2007/09/10 15:56 # 답글
우와~ 저는 한 3~4학년이나 되어서 쳤던 것 같아요. ^^;;; 꼬날님은 혹시 피아노 영재이셨던 건가요? 으흐흐흐흐~~~~